출처 : 경기일보(http://www.kyeonggi.com) 권오탁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낮과 밤, 빛과 어둠 등 양면을 띤 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같은 양면성을 띤 존재들은 그 안에 서로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어두운 밤에도 밝은 달과 별이 떠있고, 삭막하고 조용한 배경 속에는 고요함과 평화가 담겨져 있다.
어둠과 빛 등 대비되는 존재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자 구진아 작가가 고찰한 개인전 <거리두기, 불안 그리고 있기>가 오는 13일부터 예술공간 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어두운 배경과 밝은 소재 등을 이용해 작가의 주제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어둠이 빛을 품고 있는 광경은 낯선 의식을 다른 차원으로 유영하게 하며 일상 세계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을 준다. 구 작가는 유한하고 고독하고 불안으로 가득한 세계를 어두운 배경과 밝은 소재를 섞어 시각화했으며 그 곳에서 관객이 존재 자각을 떠올리게 유도했다. 유화와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로 작품을 그려낸 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유화 작품 ‘Two Lights’는 불이 꺼진 실내 계단에 달빛이 비치는 모습을 시각화 해 눈길을 모은다. 달빛을 등지고 있는 좌측은 어둡게, 달빛이 비치는 우측은 다소 밝게 그려 색채의 명암대비는 물론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는 이의 마음을 편하게 한다. 여기에 작품 한가운데에는 달이 비치는 모습까지 추가해 일상 세계를 벗어난 몽환적인 분위기도 보인다. 이어 ‘Her Room’은 어둡고도 푸른 빈 방을 아무도 자리하지 않은 이부자리와 살며서 비치는 빛 등으로 더욱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화 외에도 아크릴 작품인 ‘Three World’도 어두운 배경 안에 흰 벽과 그곳에 자리한 조그만한 나무 문으로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모은다. 작가는 작품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중간중간 밝은 소재를 활용해 적막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포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술공간 봄 관계자는 “구 작가는 나혜석미술대전과 대한민국 수채화공모대전 등 다양한 전시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는 작가”라며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느끼고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큐레이터 장유진(온라인 갤러리 ON:ME)
그의 밤은 다르다. 그것은 일순간 다른 세계를 열어 보인다. 매일같이 돌아오는 밤이야, 그시간대의 고요한 골목길이야 특별하다 할 것도 없지만, 작가 구진아의 밤은 지나치게 쓸쓸하다.
안개 낀 하늘이나 텅 빈 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것만 같은 장면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속에 종결을, 그로부터 발견한 존재에 대한 고찰을 투영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발걸음의 빠른 속도감을 시각화하거나 희미한 빛을 묘사함으로써 그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밤의 빛은 어둠을 물리치고 화면을 온전하게 밝혀낼 만큼 뚜렷하지는 않더라도 그것과 맞닿은 영역만큼은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다. 그로써 희미하게 밝힌 공간은 강한 태양 빛 아래 보였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며 익숙함으로부터 생경함을 제공한다. 작가의 밤 속에서 잠들지 못해 밖으로 나온 누군가는 마치 다른 차원에 도달한 것 같다는 기분을 느끼며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길을 거닌다. 동이 터 걸음이 멈출 무렵 그의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온 듯 보이겠지만, 달빛 아래에서의 체험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다.
-단체전 ‘어딘가의 잠 못 드는밤’ 큐레이터 노트